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가 얼마를 벌었고, 어떻게 벌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천박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개는 ‘카더라’식 정보에 불과하다. 시인이나 소설가나 부문에 관계없이,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의 국적에 관계없이 작가들의 ‘돈’에 관련한 이야기는 금기시됐다. 그런데 2015년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가 모리 히로시가 그간의 금기를 깨고 작가로 살아 온 19년 동안의 수입을 낱낱이 밝힌 책을 썼다. 이는 지난주 ‘작가의 수지’(북스피어)라는 제목으로 국내출간됐다.책에 따르면 모리 히로시는 1996년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데뷔한 이래, 19년간 총 278권의 책을 썼다. 총판매부수는 1400만 부에 달하며, 이를 통해 얻은 총수입은 15억엔, 한화로 환산하면 약 155억원이다. 여기에 인터뷰와 강연,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때 추가되는 액수 등을 고려하면 이를 훨씬 웃돈다고 작가는 책에서 밝힌다.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30대 후반 공대 조교수를 지낼 당시 ‘이것이 미스터리다’라고 할만한 것을 딸에게 읽히고 싶은 생각에 소설쓰기를 시작한다. 취미용품을 구입할 용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학창시절부터 철도, 비행기, 음향장치, 자동차 등에 관심있었던 그는 작가로서 155억원 이상을 벌었고 이중 일부의 돈으로 자신의 집에 사람이 승차할 수 있는 철도모형을 제작했고 현재도 매일 정원에서 철도모형을 타고 논다. 모리 히로시는 작가가 글을 얼마에 팔 수 있는지, 작가라는 이름으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대외활동에는 뭐가 있는지, 작품을 위해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원고료, 인세, 추천사의 고료, 만화나 영상으로 만들어질 때의 보수, 교과서나 문제집에 글이 실리면 얼마인지 등을 세밀히 밝힌다. 그는 돈과 관련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직업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나로 말하자면 돈 얘기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던적스러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다만 어느 쪽이냐 하면,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잠자코 있는 것이 문화적으로도 아름다우리라 이해하고 있다. 단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실을 밝히는 것도 직업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명’이라고 쓰지 않은 것은, 역시 내가 정직한 탓이다’(모리 히로시 지음·이규원 옮김·북스피어·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