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중견그룹에 근무하는 김해중(36)씨는 새해 첫날 생밤과 단호박을 먹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간식으로 생밤을 먹자마자 갑자기 기도가 부어올라 숨을 쉬지 못했다. 손·발이 차고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저혈압 쇼크’까지 왔다.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로 진단이 나왔다. 주치의는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한 음식물과 함께 곡물을 먹을 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곡물 씨눈에 들어있는 독성이 ‘쇼크 반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김씨는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병원 진료 후에도 자신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정확히 알지 못해 걱정이다. 김씨는 “음식을 먹다가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포감이 상당했다”고 토로했다. ▣소아 6-8% 알레르기 증상…환자 3분의 1 유전알레르기 쇼크는 음식물을 먹거나 약물 복용, 곤충 독, 동물을 만졌을 때 갑자기 생긴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수십분 후에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복통, 호흡곤란, 기침, 쌕쌕 소리가 나는 천명음, 콧물 재채기, 어지럼증 등을 동반한다. 중증 상태를 장시간 방치하면 숨질 정도로 위험하다.특히 음식물을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음식물은 우유와 달걀, 콩, 조개, 어류이다. 어린 시절 과일이나 우유, 달걀, 콩을 먹고 생긴 알레르기 쇼크는 성인이 된 후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새우나 조개 같은 갑각류 해산물, 땅콩, 메밀 등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 알레르기 환자는 2015년 기준으로 약 900만명에 이른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전체 소아 6-8%, 성인은 1-2%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음식을 먹고 특별한 면역반응 없으면 ‘음식물 불내성’으로 알레르기와는 다른 진단을 내린다. 우유를 마신 성인이 두드러기 증상 없이 설사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병원을 찾은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 3분의 1 정도만 양성 반응을 보인다. 학교나 직장에서 급식을 먹고 집단으로 설사나 복통 증상이 생기는 식중독과도 다르다. 정확한 알레르기 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환자의 3분의 1은 유전적 원인으로 추정한다”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물이나 동물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자가진단 영양결핍 초래…신생아는 모유수유음식물 알레르기는 의사 진료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위험한 음식물을 피하는 방법은 치료가 더디고 영양 결핍까지 초래할 수 있다.의료기관에선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시험과 혈액검사를 진행한다. 확진을 위해 일부로 알레르기 증상도 일으킨다. 특정 음식물을 먹고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을 겪었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안전한다.의사들이 제안하는 최고의 예방법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물을 정확히 숙지하고 피하는 회피요법이다. 우유를 마시고 알레르기가 생기면 연관된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 치즈 등도 절대 먹지 않는 방식이다.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양부 모두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신생아는 안전한 모유를 6개월 이상 수유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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