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쓴다고 소설가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소설을 써야 합니다. 그런 공포와 전율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게 소설쓰기인데 이런 상을 받으니 ‘생명 연장의 기쁨’을 느낍니다” 올해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은 중견 소설가 구효서(60)의 작품 ‘풍경소리’에 돌아갔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자인 구효서 작가는 수상의 기쁨을 ‘생명 연장’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구 작가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줄곧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형식과 섬세한 감성을 담은 작품을 써왔다. 수상작인 풍경소리는 가을 산사의 풍경과 절간을 찾아온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중편소설이다. 성불사의 풍경소리를 들어보라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가을 산사에 찾아온 주인공 `미와`는 절간의 스님과 보살의 일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절간의 풍경 소리가 결국 어머니의 소리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문학평론가 권영민, 김성곤, 정과리, 권택영과 윤후명 소설가가 참여한 본심 심사에서 풍경소리는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중량감있는 소설의 주제와 기법과 문체의 실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면서, “인간의 삶과 운명의 의미를 불교적 인연의 끈에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구효서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글쓰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든 동료와 선배작가를 보며 위기와 불안감을 안고 쓴다”면서 “작품의 양을 물리적으로 채워나가는 어려움과 또다른 어려움이다. 일종의 맨손으로 절벽을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라고 글쓰기의 어려움을 말했다. 이어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 상은 ‘넌 계속 써도 되겠어’라는 수준이 아닌 ‘넌 계속 살 수 있어’ 라는 의사의 (생명연장의) 선고같다"고 덧붙였다.  구 작가는 올해로 등단 30년, 나이로는 60세가 된다. 하지만 그는 “60갑자(甲子)가 한바퀴 돌았으니 이제 1살이라 생각하고 (나이들어) 힘들고 지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작품을 쓰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41회를 맞는 이상문학상에선 대상인 구효서의 풍경소리 외에 김중혁의 ‘스마일’, 이기호의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윤고은의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조해진의 ‘눈속의 사랑’, 한지수의 ‘코드번호 1021’ 등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상은 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