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에 6남 2녀 중 막내, 군 제대 후 한 중공업 회사에 입사해 평생 가족만을 위해 일해온 아버지 정준일 씨(59)와 88년 용띠에 장교 전역 직후 미래가 불안정한 취업준비생 아들 정재인 씨(29)가 2015-2016년 6개월 넘는 긴 세계여행을 함께 떠났다. 두 사람의 세계여행은 미디어 다음에서 진행된 스토리펀딩을 비롯해 TV, 라디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 여행의 기록이 최근 ‘대략난감, ‘꼰대’아버지와 지구 한바퀴’(북레시피)라는 책으로 출간됐다.평생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나이 들어 다리가 떨리면 아무데도 못간다. 그러니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는 어느 여행작가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 어느날 아들에게 넌지시 세계여행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사춘기 이후로 성실하지만 말이 잘 안 통하는 아버지와 서먹해진 아들은 고민에 빠졌지만, 그 얼마전 정정해 보였던 대학 후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기에 32년간 일하며 희생해온 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해드리자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후 서로에게 둘은 2015년 7월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2016년 1월 홍콩을 마지막으로 한 긴 세계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책은 아들이 쓴 앞부분과 아버지가 쓴 뒷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아들이 쓴 부분은 솔직하고 재치가 담겼으며 아버지가 쓴 부분은 삶의 연륜이 묻어난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를 마치고 아들은 ‘소금 도둑’이라고 아버지를 부르며 이렇게 기록한다. ‘”아버지, 평생 볼 소금 질리게도 봤네요! 왠지 몸이 소독되는 느낌도 드는데요? 소금 좀 가져올걸 그랬어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가 조용히 주머니에 넣은 손을 꺼내신다. 손바닥 위에는 하얀 소금뭉치가 놓여 있다’ 아들은 얼른 버리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다~ 쓸데가 있다”고 말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는 이런 두 사람의 티격태격과 동상이몽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대목을 아버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아들과 함께 보았기에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라. 소금 한 조각을 주워서 주머니에 슬쩍 넣는다’(정재인, 정준일 지음·북레시피·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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