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이 같은 책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한글 고전소설 3편의 원문 사진 자료를 일반에 공개한다.국립한글박물관은 새롭게 발굴된 고전소설 3편의 원문 사진 자료를 ‘디지털 한글박물관’(http://archives.hangeul.go.kr/)에 18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는 지난해 12월6일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처음으로 학계에 소개됐던 고전소설 ‘산곤륜전’ ‘허인전’ ‘효우창선록’ 등 3편이다. 박순호 원광대 명예교수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다.     실험정신이 두드러지며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산곤륜전’은 1911년 필사된 고전 소설이다. 총 108장 분량의 중장편 소설로 글씨가 작고 매면 행자수가 많아 보통의 소설책으로 말하자면 3권 3책의 분량에 해당한다.이 작품은 산곤륜과 유화월이라는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 액운을 겪고서 ‘출장입상’(出將入相)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기존 소설을 변용한 수법이 매우 절묘하다. 어떤 소설의 대목을 그대로 가져다 베껴 쓴 것이 아니라, 독서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에 의거해 자유자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장편 군담소설 ‘허인전’은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명나라 정덕제 무종이 양자로 들인 류경복이란 이가 역모를 일으켜 황위를 찬탈하자 충신 허운 및 그 아들 허인이 그에 맞서 싸워 무종의 아들 홍으로 해금 황위를 되찾게 한다는 이야기다.‘허인전’은 총 156장의 상하 2권 2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자 수는 대략 15만2000자이다. 10만자인 ‘춘향전’의 장편 이본인 ‘남원고사’의 1.5배가 넘는 분량이다. 이 작품은 ‘삼국지연의’의 세계관과 창작수법을 수용해 20세기초 창작한 소설이자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가치가 있다.사회 문제를 다룬 ‘옴니버스’ 방식의 작품인 ‘효우창선록’은 1910년대 이후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반이 몸을 팔아 남의 종이 되는 ‘매신’(賣身)이라는 심각한 당시 사회 현실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효심, 우애, 시은, 보은, 신의 등 도덕적 가치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일련의 삽화와 함께 구슬을 꿰듯 연결했다.‘효우창선록’은 총 162장의 장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하고 정연한 서민들의 글씨인 ‘민체’(民體)로 필사돼 있는 작품이다. 1910년대 이후에 고전 소설 중에는 이 작품과 같은 문제의식과 서사 형태를 지닌 것은 없어, 새로운 서사 형식을 개척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한글박물관은 “지난해 학술대회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소개가 됐지만, 이번 원문 사진을 전체 공개함에 따라 유일본 한글 고전소설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민 선문대 교수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새로운 고전소설의 역주서 발간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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