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선물세트 종류별로 많이 준비돼 있어요. 보자기로 고급스럽게 포장하기 때문에 받는 사람도 마음에 들 거예요설 명절을 이틀 앞둔 24일 오후 대구 중구 현대백화점. 이곳은 설 명절 선물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설을 맞아 기획된 선물코너에는 과일, 생선, 육류, 곶감, 견과류, 와인 등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특히, 이번 설은 김영란 법 시행 이후 맞는 첫 명절로 5만 원 미만 선물세트가 단연 인기를 모았다. 고가의 선물세트도 여전히 판매는 되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판매가 지지부진하다.이날 백화점을 찾은 이효은(36·여) 씨는 “설 명절을 맞아 거래처 인사차 과일세트를 사기 위해 백화점을 들렀는데 저렴한 선물세트가 많고 다양해져 주머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백화점도 김영란 법을 의식한 탓인지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지난해 대비 20% 가량 추가기획해 내놨다. 고객의 통행량이 많고 눈에 잘 띄는 이른바 ‘명당자리’ 역시 고가 선물세트가 아닌 저가의 선물세트가 자리 잡았다.같은 날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설맞이 행사장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원들은 실속세트부터 프리미엄세트까지 있다며, 고객들을 상대로 판촉에 열을 올렸다.한과를 판매하는 한 종업원은 “이번 명절에는 4만9000원짜리 제품이 가장 많이 나가 재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비싼 제품도 있긴 하지만 값 싸고 실속 있는 제품이 더 잘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5만 원 이하의 한정된 가격에 설 선물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구성이 다소 부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민망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홍 모(24) 씨는 “선물 포장만 과하지 내용물은 부실해 ‘빚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며, “유통업체들이 김영란 법을 핑계대고 잇속만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나 모(50대) 씨는 “이번 설 명절 선물로 4만9000원짜리 과일세트를 받았는데 조그마한 사과 6개와 배 3개가 전부라 깜짝 놀랐다”며, “명절에 선물세트 가격이 오르는 건 이해하지만 구성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소매가 기준 사과(후지) 10개의 가격은 2만1172원, 배(신고) 10개 3만118원, 단감 10개 8800원, 한우갈비 100g당 5232원 등에 거래된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박스포장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했다 쳐도 소매가 대비 선물세트 가격을 2-3배가량 올려 판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구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 법 시행으로 상품 금액 대를 낮춘 선물세트를 기획하고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해두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상품구성을 줄이진 않았다”며, “오히려 김영란 법 이후 백화점 매출은 다소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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